VOSTOK
9호 _ 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170×240mm
256쪽
무선제본
2018년 5월 18일 발행
16,000원
ISBN 979-11-703700-6-2(03660)
ISSN 2586-7733

주름진 사진의 협곡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새롭고 멋진 이미지를 함께 보며 
동시대 사진의 지형과 좌표를 상상해보는 시간

이것은 보스토크 매거진의 두 번째 ‘뉴-플레이어 리스트’다. 작년 초, 첫 ‘뉴-플레이어 리스트’를 엮어낸 이후 열네 달만에 세상에 내놓는 것이기도 하다. 그 간격이 적절한지 그렇지 않은지 보다는, ‘새롭다’는 형용사가 과연 이 다채로운 작업자들을 묶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들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기예를 단련한 이들도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만에 자신의 영역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아올리고 있는 이들도 적잖다. 무엇보다도 작년의 ‘뉴-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여전히 새로움을 잃지 않았고, 올해의 ‘뉴-플레이어’들 역시 몇 년이 지나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새로움’이란, ‘새로운 작가’란 과연 무엇의 이름일까. 

이런 무망함에도 불구하고 ‘뉴-플레이어 리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책을 준비하는 마음에는 여전히 묘한 긴장과 설레임이 감돈다. 주름지고 펼쳐진 사진의 어떤 협곡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괴물 같은 작업자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그들이 만들어낸 멋진 이미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독자들에게 뛰어와 함께 보며 감탄하고 싶은 경박한 욕망 때문이다. 

 

새로운 작업자의 면면을 엿보는 열일곱 개의 화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강희와 황의집은 각각 거리사진을 연상시키는 스냅샷에 원하는 이미지를 더해 독특한 순간을, 외모지상주의로 비난받는 성형 문화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자신 안에 남은 선명하거나 희미한 기억 이미지에 접근하는 유영진은 이미지를 겹치거나 지워가는 프로세스로 기억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사물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박동균의 작품들은 마치 그래픽이나 회화처럼 2차원의 레이어 이미지로 다가온다. 박신영은 사진 바깥에서 개입하는 의미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사물들을 프레이밍하고 재가공하며, 문형조는 설계도 없이 모형을 조립하듯 재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재구성하며 ‘완성될 수 없는’ 이미지를 제작한다. 안초롱과 김주원이 결성한 ‘압축과 팽창’은 공동 작업을 위해 계약서를 쓰고 사진을 자재로 활용해 인테리어 시공을 하듯 전시를 꾸린다. 패션 사진가 조기석과 장덕화는 감각적인 아트 디렉팅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이 강력한 사진을 발표한다. 김신욱은 장소성이 지워진 공항과 공항 주변의 모호한 현실 풍경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보여주며, 주용성은 누군가 죽거나 지워진, 또는 망각되거나 소외된 존재의 흔적을 추적한다. 조경재는 미리 설계된 계획 없이 자신 앞에 놓인 공간과 사물을 관찰하면서 즉흥적으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권해일은 거대한 건물 외면을 ‘프레파라트’처럼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스펙터클 경관을 해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안연후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의미 없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을 통해 감정을 펼쳐 놓는 윤별은 마치 사진이라는 투명한 막에 자기 자신을 비춰보거나 감추듯이 사진을 찍으며, 공간감이 지배하는 이와의 사진에는 인물들이 공간 속에 어우러진 하나의 오브제처럼 덩그러니 있다. 디자이너 출신의 포토그래퍼 팀 텍스처 온 텍스처의 사진에는 형태와 스케일을 조망하는 신해수의 관점 그리고 표면과 질감에 예민한 정유진의 시선이 절충되어 있다.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와 읽을거리

특집 외에도 아홉 번째 『보스토크 매거진』은 다양한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시인 심보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담긴 포토 에세이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에서는 시위 현장이나 공원에서 고요와 소요가 나뉘는 순간을 시인의 눈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연재 〈스톱-모션〉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의《은판 위의 여인》과 롤랑 바르트의《밝은 방》을 교차 사유하며 ‘사진의 식물적인 수동성’을 탁월하게 통찰한다.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연재 〈화면 조정 시간〉에서는 세계상을 만들어내는 기계에 관심을 지닌 이의록 작가를 만나 ‘이미지화하는 행위의 힘’을 탐색한다. 또한 60년대 독일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잡지《트웬》의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을 살피는 〈사진집 아나토미〉까지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더한다.

 

 

- 차례 -

프롤로그 : While Juxtaposing _ Ann Woo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 _ 심보선

[특집] 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김강희: Street Errands + Spandex 
황의집: Live Your Dream 
유영진: Nowhere + The Weathering 
박동균: type. fd 
박신영: Laboratory + Material Library 
문형조: Assembling Model + Zero Point 
압축과 팽창: Charlie Oscar / Echo X-ray 
조기석: Right To Fail 
장덕화: Push Pause 
김신욱: Unnamed Land: Air Port City 
주용성: (On/Off) The Voice 
조경재: Broken Edge 
권해일: Compressor 
안연후: Room 
윤별: Confession + Emotions + Selfie 
이와: The Letter That Anyone Can’t Hear 
텍스처 온 텍스처: Archive

[스톱-모션] 식물성의 유혹 _유운성 
[화면 조정 시간] 이의록, 기계 옆에서 보기 _윤원화 
[사진집 아나토미] 《트웬》, 젊음이 잡지가 될 때 _전가경 × 김현호 
[에디터스 레터] 재미는 있니? _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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