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바이올렛, 더스트, 메모리즈
Ultraviolet, Dust, Memories
압축과 팽창 (안초롱, 김주원)
140×195mm
512쪽
양장제본
2018년 12월 12일 발행
38,000원
ISBN 979-11-7037-010-9

보스토크 매거진의 사진책 공모 ‘docking!’ 프로젝트의 첫 선정작, 
아티스트 듀오 ‘압축과 팽창’의 울트라바이올렛, 더스트, 메모리즈"

이 사진책은 보스토크 매거진의 사진책 공모인 ‘docking!’ 프로젝트의 첫 선정작입니다. ‘docking’은 ISBN을 받고 사진책을 정식으로 출간한 경험이 없는 작가 한 명을 선발해서 보스토크 프레스와 함께 첫 책을 만드는 일종의 출판 공모입니다. 많은 지원을 해드릴 여력은 없지만 가능하다면 공모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사진 생태계에 작은 에너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지난 4월, docking!2018의 첫 포트폴리오 모집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여 간에 걸쳐 97명(팀)의 포트폴리오가 접수되었고, 보스토크 매거진의 편집 동인들이 1차 포트폴리오 선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6월 30일에 큐레이터, 출판인, 작가, 디자이너, 비평가 등으로 구성된 30여 명의 선발단이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일곱 명(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현장 투표를 통해 최종 선발을 진행했습니다.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일곱 명(팀)의 작업은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투표 결과, 동료들의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여 ‘docking!’의 첫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아티스트 듀오인 ‘압축과 팽창’이었습니다.

 

‘압축과 팽창’은 안초롱과 김주원의 아티스트 듀오입니다

안초롱 작가는 외부의 힘에 의해 부러지거나 짓눌린 사물들을 사진으로 찍은 작업인 〈피동사물〉로, 김주원 작가는 자신이 ‘실패한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한 엄청난 양의 스냅 사진을 전시장 벽에 도배하고 뜯어내는 일을 반복하는 작업인 〈밝은 세계〉 프로젝트로 동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예리한 눈썰미, 시각적인 위트, 사진 매체로 작업하는 이들 중 보기 드문 수행성을 지닌 독특한 작가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강렬한 개성을 지닌 작업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안초롱과 김주원 두 사람은 듀오를 이루고 본격적으로 독특한 작업 세계를 펼쳐내기 시작합니다. 압축과 팽창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방대한 양의 사진에 놀라게 됩니다. 그들의 작업은 모두 대단히 강도 높은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사진을 직접 찍고, 찾아내고, 분류하고, 키워드를 부여하고, 이를 목록화하고, 다시 검수하는 과정의 ‘사진 노동’을 기꺼이 감수하고, 종이뿐만 아니라 판넬, 아크릴, 현수막, 천, 도자기 등 온갖 다양한 소재에 자유자재로 사진을 인쇄하여 공간에 설치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결과와 과정이 두 사람이 맺은 계약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작업을 설계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계약에 의해서 서로의 행동을 강제합니다. 예를 들어 각각 몇 장을 찍을지, 언제 서로에게 어떻게 ‘납품’할지, 그리고 납품된 사진을 어떻게 처리해서 전시라는 형태로 변환할 것인지를 미리 계약을 통해 정해 놓는 거죠. 그리고 관객은 그들의 작업에 대한 일종의 ‘감리자’로 전시장에 초대됩니다. 전시장에는 두 사람의 계약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관객은 이 계약서를 보면서 두 사람이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또 그 계약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전시작과 견주며 확인할 수 있지요.

이처럼 계약서를 통해 작업을 설계하고, 설계한 작업을 서로에게 강제하고, 이를 전시장에 시공 및 마감한 뒤, 감리자로서 초대된 관객으로 인해 작업이 완결되는 그들의 과정은 독특하고 기발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기존의 ‘예술 사진’과는 선명하게 구별되는 ‘압축과 팽창’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작업 프로세스는 사진은 본래 이래야 한다거나 전시는 원래 이렇게 한다는 식의 통념이나 룰을 효과적으로 깨뜨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진과 전시장을 마치 인테리어 자재와 현장처럼 다룹니다. 압축과 팽창의 작업은 같은 이미지가 왜 전시장에서는 작품으로, 현장에서는 벽을 장식하는 제품으로 다루어지는가를 집요하게 캐묻는 것 같습니다.

 

잘라내고 남은 사진 이미지의, 예쁘게 반짝이는 허물을 닮은 책

"울트라바이올렛, 더스트, 메모리즈"(아래 "UVDM")는 ‘압축과 팽창’, 그리고 보스토크 프레스가 계약을 맺고 지면이라는 ‘공간’에서 벌이는 첫 프로젝트입니다. 안초롱과 김주원은 각자 찍은 250장의 사진을 서로에게 ‘납품’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에 상대방의 사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골라 마음대로 잘라내고, 해당 부분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부여합니다. 규칙은 단지 ‘하나의 이미지에 하나의 키워드만을 부여한다’는 것 뿐, 잘라낸 이미지가 서로의 마음에 드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규칙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를 검수해 서로 합의된 500개의 이미지가 사진책의 재료가 됩니다.

사진 이미지에는 사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가 담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셀프 사진 한 장에는 자신의 얼굴 뿐 아니라 배경의 하늘, 벽, 건물, 구름, 입고 있는 옷의 섬유, 공기, 나뭇잎, 그림자 등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정보들이 가득 들어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오직 ‘주 피사체’인 자신의 얼굴에만 주목하게 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을 ‘작가의 의도’라고 부릅니다. ‘압축과 팽창’은 서로의 사진을 거침없이 잘라냄으로써 그 ‘의도’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게 합니다.

그나저나, 500장의 사진을 ‘납품’받은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폴더를 열어보니 인스타그램 사진처럼 모두 정방형이었고, 서로 잘라낸 이미지는 생각보다 훨씬 기묘한 수수께끼처럼 보였습니다. 보스토크 프레스는 고민 끝에 모든 이미지의 색채 정보를 ‘잘라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사진들의 색을 뭉쳐 형광 핑크나 오렌지색 같은 몇 가지의 단색으로, 아주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하드커버 책에 담아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책을 만드는 일을 사진이 지닌 의미를 풍부하게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무언가를 잘라내 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압축과 팽창의 첫 사진책 ?UVDM?은 이 잘라내고 남은 사진 이미지의, 예쁘게 반짝이는 허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읽어낸’ 사진이 우리의 눈앞에는 읽을 수 없는 이미지가 되어 나타난다는 것은 기묘한 아이러니 같습니다. 이제 당신의 눈앞에 장면이든 색이든 온전히 읽을 수 없는 이미지가 가득한, 조금은 이상한 사진책이 펼쳐집니다. 대체 사진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건, 혹은 읽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관련 아이템
VOSTOK 13호 _ 가족, 어쩔 수 없는
VOSTOK 9호 _ 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docking!2018 프레젠테이션 심사